[詩의 항아리] 항아리에 시가 들어있다?

 詩의 항아리

지하철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역에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로 나가는 길목에 

뭔가 작은 바구니 같은것이 눈에 띄었다.  저게 뭐지?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그것은 돌돌말린 종이 두루마리가 들어있는 항아리였다.

詩의 항아리?

'시민 여러분들의 바쁜 도시생활 속에서 詩 한편을 통해 

고단한 일상의 위로와 감동을 제공하고자 마련하였습니다.'

시가 담겨있는 항아리라, 와 이거 꽤 감성적인데?

뭐가 그리 바쁜지 시간에 쫓겨 앞만보고 달려가던 우리는 

뜻밖에 길에서 만난 시 항아리가 반갑게 느껴졌다. 

어디 보자 ~ 난 이걸로 결정했어.

우리도 시의 항아리에서 시를 한편 뽑아보았다.

시가 적혀진 두루마리는 색색깔 예쁜 고무줄로 묶여있었다.

나의 감성에 걸맞는 예쁜 시가 적혀있어야 하는데~ ㅎㅎ

우리가 뽑은 시는 배우식 시인의 <어느 노부부의 사랑법> 이란 시였다.

.......

 집으로 가는 길은 정도 더 도타워진다.

둥글둥글 찐방 한 입 먹여 주는 할아버지

어느새, 할머니 대신 만월 하나 떠 있다.

더운 날씨가 짜증스러워 서로 데면데면하게 걷던 우리였는데 

이 시를 함께 읽고나니 뭔가 같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이 멋쩍다.

바쁘게 걷던길, 잠시 여유를 갖고 걸어가도 괜찮잖아?

덥고 팍팍하기만 했던 오후가 다정한 시 한 편 덕에 조금은 넉넉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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