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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렁뚱땅 요리

[샌드위치 만들기] 요리못하는 남자의 샌드위치 만들기 도전!


남자, 샌드위치를 만들다.



쉬는날 아침,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아점을 먹으려고 식탁위를 살펴보니 날 위해 남겨진 밥이 없다. '귀한 아들 밥도 안챙겨주고 어디가신거야?' 아무리 궁시렁대보았자 이것은 메아리없는 외침.

결국 오늘의 브런치 메뉴는 고상하게 라면으로 결정하고 신선한 재료를 찾기위해 찬장을 뒤져본다.


그런데 이런, 있어야할 라면이 보이지않는다. 대신 거대한 식빵 덩어리가 그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래 식빵! 식빵이 있으니 이걸로 뭐라도 해먹자.

그길로 냅다 달려가 냉장고 문을 홱하고 열어보니 생각외로 우리집에 먹을것이 많다는 사실에 놀란다. 어머니께서 최근에 장을 넉넉히 봐 두셨나보다. 그럼 이제 이걸로 샌드위치라도 해먹으면 되겠구나!



...하지만 난 요리를 못하잖아? 아마 난 안될거야...



샌드위치 만들기




그래도 재료가 풍부하니 어찌저찌 잘하면 맛이 날것같기도 하다. 평소 요리라고는 개뿔 라면이랑 냉동식품만 돌려먹던 나란 남자가 뭘 혼자 해먹으려니 좀 설렌다. 이건 요리라고 할것도 없이 그냥 재료만 잘 조합해서 먹는거라고 생각하니까 한결 맘이 편해진다. 


일단 냉장고에서 샌드위치에 넣을만한 재료들을 전부 꺼내어보자.



샌드위치 만들기




샌드위치의 주재료가 되는 식빵은 로만밀식빵이다. Natural whole grain goodness 라고 써진것을 보니 통곡물로 만든 식빵인가보다. 식빵이 두툼하고 안에 호밀, 해바라기씨, 호두등이 들어가있어 나의 럭셔리한 브런치 재료로 손색이 없겠다 싶었다.




샌드위치 만들기




냉장고안에 있는 것들을 탈탈 털어보니 샌드위치 재료가 한가득 나온다.

팔뚝만한 쟌슨빌 소세지와 냉동 해시포테이토가 있는걸 보니 어머니는 코스트코에 다녀오셨나보다.

언제 산건지 알수없는 슬라이스 치즈계란, 채썰어둔 양배추를 준비한다.




샌드위치 만들기



그리고 스위트콘도 있길래 꺼내보았다.



샌드위치 만들기




거기다 모짜렐라 치즈도 한주먹 꺼내본다. 곡물식빵을 토스터에 한번 구워낸후 그 위에 모짜렐라 치즈 한줌을 살살 뿌려보았다. 음, 역시 안녹는군. 빵이 뜨거워서 치즈가 녹지 않을까 생각해봤지만 안녹길래 오븐으로 다시 고고.




샌드위치 만들기



오븐에 살짝 치즈를 녹이는 사이 샌드위치 안에 들어갈 계란을 준비한다. 처음엔 그냥 후라이팬에 계란후라이만 해서 넣으려다가 저기에 스위트콘을 넣으면 옥수수알이 후두둑 안떨어지고 먹기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반쯤 익어가는 후라이에 스위트콘을 투척해본다.


레시피는 없다!

표본도 없다!

타인 아닌 나를 완성하고 싶다!



샌드위치 만들기




다음은 팔뚝만한 굵기의 쟌슨빌 소세지를 쑹덩 썰어 프라이팬에 구워낸다.

역시 쟌슨빌은 존슨빌 보다는 쟌슨빌이라고 발음해줘야 찰지다.




샌드위치 만들기




부쳐진 스위트콘+계란 후라이를 모짜렐라치즈가 올라간 식빵위에 얹었다.

역시 처음부터 계란과 스위트콘을 섞어서 부쳤어야 했는데 나중에 넣어 옥수수가 계란 한쪽면에만 들어가있다. 뭐 먹는덴 문제 없겠지만.




샌드위치 만들기



그리고 그위에 케챱과 머스타드 소스를 뿌려준다. 



샌드위치 만들기



다시 그위에 쟌슨빌 소세지 구이를 얹고



샌드위치 만들기



일단 구워진 식빵 한쪽을 그위에 덮는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레시피 따위는 없다. 나는 빅맥처럼 식빵을 세장 이용할 생각이다.

이것은 허기진 남자를 위한, 남자의 샌드위치다.




샌드위치 만들기



이제 두번째 속 재료가 될 해시 포테이토를 프라이팬에 구워준다.

이건 처음 구워보는데 기름을 많이 먹어 나중에 기름을 좀 빼내고 넣어줬다.



샌드위치 만들기


샌드위치 만들기



여기에 야채가 빠지면 안되기에 파프리카와 채썬 양배추를 준비한다.

양상추가 있으면 더 좋았겠지만 양배추나 양상추나 그게 그거지 뭐.

파프리카는 문제없이 잘 썰었는데 양배추는 잘게 채썰기가 좀 힘들었다.



샌드위치 만들기



두번째 빵위에 해시포테이토를 올리기 전 케찹을 살짝 뿌려주고 (소심하게 뿌린것 인정)



샌드위치 만들기



그위에 해시포테이토를 얹어준다.



샌드위치 만들기




그리고 그위에 썰어둔 파프리카와 채썬 양배추를 올리고 마무리를 지으려다가 못내 아쉬어 냉장고에 있던 푸룬 몇알을 잘게썰어 올려본다. 집에 아무도 없기에 부려볼수 있는 만용이다.




샌드위치 만들기




<저것은 고기가 아닙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건자두, 푸룬입니다.>




샌드위치 만들기



그리고 나서 마지막 세번째 식빵을 덮어 마무리!



샌드위치 만들기



남자의 샌드위치 완성!


와! 완성하고 보니 내가 만들었지만 샌드위치가 상당히 훌륭하다.

비주얼은 좀 딸리지만 안에들어간 재료들이 요것조것 많이 들어가서 샌드위치는 안먹어봐도 맛있을것이 뻔하다. 배는 고팠지만 모처럼 직접 만든 요리를 혼자 홀랑 먹어버리는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만든 마스터피스를 짝꿍한테 뽐내며 같이 먹으면 좋겠다 싶어서 앞서했던 과정을 고대로 한번 더 반복하여 남자의 샌드위치를 두개 준비했다.




샌드위치 만들기



다 만든 샌드위치를 기름종이에 깔끔하게 싼다.

우리집에 없는것없이 별별것들이 다있다. 이거 샌드위치 장사해도 되겠는데?



샌드위치 만들기


샌드위치 만들기




요렇게 잘 포장하니 밖에서 파는 샌드위치와 별반 다를것이 없다.




샌드위치 만들기



샌드위치 두개 완성~!


이따 저녁에나 만나려고 했던 짝꿍에게 전화를 걸어 근처 공원으로 나오라고 한 후

둘이서 공원 벤치에 앉아 직접 만들어온 샌드위치를 나누어 먹었다.



샌드위치 만들기



음~ 맛있다!



샌드위치 만들기



다행히 레시피도 없이 마음가는대로 만든 샌드위치였지만 맛은 썩 나쁘지않았다.



짝꿍도 맛있다고 칭찬해주어 어깨가 으쓱으쓱, 콧대는 하늘높이 승천했다.

처음엔 걱정스럽게 시작했으나 남자답게 뒤돌아보지않고 거침없이 전진한것이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어낸 비결이 아닐까 싶다.



애인이나 부인을 위해 샌드위치 레시피를 찾다가 이 글을 발견한 사람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혼자서 뭔가 해먹기 주저하던 남자들에겐 과감히 추천한다. 적어도 샌드위치에 한해서는 재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맛을 낼 수 있다. 조미료나 소스 배합에 실패할 염려도 없으니 남자답게 취향껏 재료를 넣어 만들어보자. (단, 재료가 형편없으면 맛도없다.)

부족한 남자의 샌드위치 이야기는 여기서 이만 마친다. 


-오늘의 요리 끝-